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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by 1004들꽃 2022. 4. 3.

 

 

사람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고

꼬리를 흔들고 때로는 컹컹대며 짖고

뒹굴며 아양을 떨기도 한다

냄새는 정해 놓았는지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사람에게는 짖지 않고

찌든 냄새가 나는 사람에게는

악을 쓰고 짖어댄다

어쩌다 세상에 개로 태어났는지 알 수 없지만

개로 태어난 이상 개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가끔 개가 아닌 것으로 착각하는 개도 있지만

개가 아니라고 아무리 소리쳐도

컹컹 개 짖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개는 개의 운명으로 살아가면 되지만

개보다 못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으니

개의 격도 한층 높아진 모양이다

개보다 못한 사람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인생은 사람의 생이니

아무리 개보다 못해도

사람의 생을 살아가야만 하는

그 인생이 가여울 뿐이다

개에게도 쫒기고 사람에게도 쫒기는 평생은

무슨 소리가 날까

개도 사람도 알아듣지 못할

이상한 소리가 날 것이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듣지 않고

옆에 있어도 투명인간이 되는 가여운 사람

개는 사람이 주는 먹이를 먹는데

사람은 사람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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