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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제3인류 / 베르나르 베르베르

by 1004들꽃 2014. 5. 11.

제3인류 / 베르나르 베르베르


기발한 생각으로 독자들을 미지의 세계로 이끄는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소설 제3인류. 총 4권이다.


8천 년 전의 인류를 찾아 남극을 탐사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현재 인류의 10배 크기인 호모기간티스는 수명이 거의 1,000년이나 된다. 성경에서도 옛 사람들의 수명은 지금보다 훨씬 길었다. 다비드 웰즈의 아버지 샤를 웰즈는 이들이 아틀란티스 주민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진화해 나가면서 점점 대형화의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반면에 다비드 웰즈의 할아버지 에드몽 웰즈는 소형화의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 생각한다.

 

지구는 호모기간티스를 이용해 소형 인류를 만들어내게 하고 그들을 통해 지구에 충돌하려는 소행성들을 파괴하도록 우주선을 만들게 한다. 몇 차례 성공을 거두지만 소인들이 거인들에게 반항하면서 거인들은 멸망의 길을 걷게 된다. 마지막 남은 세 거인을 남극의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고 그곳에 거인들의 행적을 알려주는 벽화를 그리게 한다. 다비드 웰즈의 아버지 샤를 웰즈는 남극 시추를 통해서 마지막 세 거인들의 뼈를 발견하고 벽화를 보게 된다. 불행하게도 지구는 이들이 지구 자신의 피에 해당하는 석유를 뽑아가는 도둑으로 생각하고 이들을 죽여버린다.

 

다비드 웰즈는 얼음에 갇힌 채 뭔가에 놀란 모습으로 죽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의 유품에서 거인들의 모습을 적어놓은 수첩을 발견한다.


다비드는 그의 아버지보다 할아버지의 가설에 더 관심을 둔다. 즉, 인류는 소형화의 길로 가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염색체 조합으로 태생의 소형인류를 탄생시키려 하지만 거듭 실패를 하게 되고 오리너구리의 생태를 관찰하던 중 난생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실험은 성공을 거두고 최초로 소형 난생인류가 탄생하게 된다. 그 이름은 에마슈. 호모사피엔스의 1/10 크기인 17센티미터 밖에 안 되는 초소형 인류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호모메타모르포시스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책은 네 가지 형태로 나아간다. 다비드가 살아가는 일생, 에드몽 웰즈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그리고 살아있는 유기체인 지구 - 지구는 생각하고 행동하며 자기 몸에 기생하는 모든 것을 관장한다. 네 번째는 뉴스다.

 

이 네 가지 상황들이 각자 독립적으로 또는 유기적으로 진행되어 간다. 급박하게 치닫고 나가다가 백과사전이 나오고, 상황 설명을 곁들이기 위해 뉴스가 진행되고 핵실험을 하는 인류에게 벌을 내리기 위한 지구의 움직임이 가미된다.

 

이번에도 수수께끼가 등장하는데 4권에 가서야 밝혀진다. 3개의 성냥개비로 네모를 만드는 방법이다. 네모는 사각형을 이야기하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뜻은 동서남북의 네 방향을 가리키기도 한다. 즉, 한 개의 성냥개비를 놓고 또 하나의 성냥개비를 십자가 되게 놓는다. 그리고 십자를 이루고 있는 두 성냥개비의 끄트머리를 연결하며 대각선 방향으로 놓으면 4. 사방을 가리키는 방위표가 된다.

 

사건과 사건이 연속되는 과정에서 에마슈들의 세계 마이크로랜드는 독립국가가 되어 유엔 200번째 가입국이 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쟁점으로부터 승리하여 인격을 가지게 된 것이다. 과거 아프리카 흑인들이나 신대륙의 인디언들은 인격이 없다고 보았다. 지배자들의 논리인 것이다. 어쩌면 인간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몰라야하는 것들이 많은 모양이다. 눈앞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음에도 나중에 자신에게 닥칠 여파를 계산하여 모르는 것으로 치부하는 인간의 심리 말이다.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만 생각하지만 그로 인해서 결국 자신을 포함하여 모두에게 돌아올 피해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라가 망하는 시점에서도 당파싸움에 전전긍긍했던 과거의 유산들을 생각하게 한다. 현재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생각해보면 과연 인류는 진화하는 것인가? 공자가 이야기했던 것들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 사상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거를 바탕으로 진화해 나간다고 하지만 현 인류의 얼마 되지 않은 수명으로는 한계가 있을 뿐이다. 그 짧은 기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이란 도대체 얼마나 되는 것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은 외면하고 서로 죽이기에 급급해 있다. 국가 간에는 말할 것도 없지만 지역과 지역 간. 그리고 좁은 지역 내에서 너와 내가 싸우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싸우도록 만든 국가는 도대체 무엇을 도모코자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인류는 지구에 있는 자원들을 활용해 먹고 살고 먹고 사는 사람들끼리 싸우기 위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소설 속에서는 자본, 종교, 장기를 대체하여 영위하는 영원한 삶. 지구 밖의 다른 행성을 찾아가는 것, 인공지능 로봇, 소형화, 여성화 등 7가지 쟁점으로 대치되는 영역들이 체스게임을 하듯 경쟁해 간다. 소설은 제3 인류를 만들어 내고 그 인류의 남녀 비율이 9:1로 여성이 우위에 있다.

 

제3인류는 마지막 해저탐사 장면에서 다비드와 오로르가 피그미족들이 행하는 마조바 의식에서 경험한 것들을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공룡이 멸망하고 도마뱀이 나타나고 매머드가 코끼리로, 대형 잠자리가 소형 잠자리로 변화되어 가듯이 인류도 점점 소형화되어 가는 과정을 겪어 가는지 모르겠다. 호모사피엔스가 멸망하면 그를 대체하는 호모메타모르포시스가 지구 전역으로 퍼져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소형화 된 인간들이 소비하는 양은 거인들이 소비하는 양보다 10배나 적기 때문에 지구는 제 살길을 마련하기 위해 인류를 소형화 시킬 수도 있겠다.

 

마지막 장면이 아쉬운 여운이 남도록 한 것은 이와 연계하여 이어지는 새로운 소설이 탄생할 것 같은 기분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개미에서부터 신, 그리고 제3인류에 이르기까지 연계되어 있는 느낌이다. 백과사전이 그렇고 개미들이 그렇다. 다음에 이어질 새로운 소설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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