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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젖비린내

by 1004들꽃 2015. 11. 23.


젖비린내


나의 젖비린내를 나는 맡지 못했다
그저 우는 것으로 의사표시를 해야 했던 나는
젖으로 배를 채우면서
울음으로 소진해버린 기력을 회복했고
마침내 잠이 들 수 있었을 것이다
자면서 풍겼던 젖비린내는 달콤했을까
내가 맡지 못했던 젖비린내를 맡으며
눈물겨워했을 누군가를 생각하며
나는 또 누군가를 위해 눈물겨워 해야 하는 것일까
눈물겨움은 반복되면서
세상의 일은 연결되는 것일까
살아간다는 것은 젖비린내를 맡으며
젖비린내를 전달해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젖비린내와 젖비린내가 연결되어
세상은 이루어져 가는데
한 세상 살아가면서
늙어서 죽는 일도 그저 지켜보는 일인 것처럼
눈물도 없이 영정을 바라본다
아직도 죽지 못한 죽은자를 위하여
젖비린내를 섞어 향을 피운다
메마른 곡소리도 젖비린내를 따라 허공으로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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