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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아직도 먼 시작

by 1004들꽃 2015. 11. 14.

아직도 먼 시작

 

 

아직도 밤기운은 제법 썰렁한데

시계소리는 쉼 없이 들리고 있다

시작의 설렘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새롭게 시작한 일년은

덧없는 계절의 중턱에 섰다

 

새봄이 되면

묵은 겨울옷을 버리고

화사한 봄옷으로 갈아입고 싶었지만

쫓기는 생활 속에서

철지난 묵은 옷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럭저럭 새로 시작한 일 년의 반이 지나가고

나무들은 초록의 새 옷을 입는다

어릴 적 새 공책을 처음 쓰는 기쁨을

모르는 이 없겠지만

항상 새롭게 시작하는 자연의 부지런함에

수없이 반복했던 작심삼일과

나의 게으름이 만들어낸

허무한 불혹이 고개 숙인다

달빛에 피어난 나뭇가지마다

새순 만드는 속삭임 가득한데

나의 새로운 시작은 아직도 멀기만 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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