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먼 시작
아직도 밤기운은 제법 썰렁한데
시계소리는 쉼 없이 들리고 있다
시작의 설렘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새롭게 시작한 일년은
덧없는 계절의 중턱에 섰다
새봄이 되면
묵은 겨울옷을 버리고
화사한 봄옷으로 갈아입고 싶었지만
쫓기는 생활 속에서
철지난 묵은 옷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럭저럭 새로 시작한 일 년의 반이 지나가고
나무들은 초록의 새 옷을 입는다
어릴 적 새 공책을 처음 쓰는 기쁨을
모르는 이 없겠지만
항상 새롭게 시작하는 자연의 부지런함에
수없이 반복했던 작심삼일과
나의 게으름이 만들어낸
허무한 불혹이 고개 숙인다
달빛에 피어난 나뭇가지마다
새순 만드는 속삭임 가득한데
나의 새로운 시작은 아직도 멀기만 한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