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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흔적

자굴산(2015-8-15)

by 1004들꽃 2015. 8. 16.

광복절을 맞이하여 나선 길은 자굴산이다

실로 오랜만에 자굴산을 찾았다

안개가 뒤덮힌 산을 보며 저 속에 파묻혀 보기로 했다

마치 산에서 구름을 만들어 내는 듯

산에서 피어 오르는 안개가 뭉쳐 산 위에 구름으로 떴다

산의 입구를 말끔하게 새 단장을 했다

봄이면 이곳을 지나다 등산화 밑에 온통 황토가 들러 붙어

곤욕을 치르던 생각이 난다

이제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사실 이렇게 계단을 만들어 놓으면

계단 이외의 자연은 훼손되지 않고 보존될 수 있다

산에 있는 황토가 더는 아스팔트 바닥에 발자국을 찍지 않아도 될 터이다

뭔가 어색하고 하다만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걷는 기분은 상쾌하다

두 번째 쉼터에서 쉰다

땅에서 끼치는 더운 바람과

온 몸에서 흐르는 땀을 감당할 수 없어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바람덤을 지나

전망이 잘 보이는 곳에 서면

자굴산 골프장 조성공사 현장을 볼 수 있다

그 많던 나무들은 어디로 갔는지

도로를 지나다 본 풍경과는 완전 다르다

산을 약간 깎아서 만든 것 같았던 생각을 바꾸게하는 전경이다

깊숙한 곳까지 완전히 깎아내고

새로운 모습으로 만들었다

저곳에 잔디가 푸르게 날 것이고

사람들은 여유롭게 삼삼오오 거닐 것이다  

완전하게 파괴된 저곳이 복원될려면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할까

복원이라는 것도 잔디가 푸르게 입힐 날이겠지만

저곳에서 이루어졌던 생태계는 어떻게 되었을까

저곳에서만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그들만의 생태계는 어디로 갔을까

모두 죽음을 맞이했을까

땅 속 깊숙이 숨어 들었을까

내년부터 찾아들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지하의 깊고 깊은 감옥에서 신음해야 하는 것일까

파괴된 그들의 영혼들만 남아서 밤마다 울고 있을까 

구름에 휩싸인다

온 마을과 산들이 구름에 잠겨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다

오전 10시를 훌쩍 넘겼건만

안개는 물러날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부부인지 남녀 한 쌍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산은 푸르고

하늘은 부옇게 흐리다

고추잠자리가 무서운 줄도 모르고

사람 옆에서 졸고 있다 

잠자리와 잠자리가

잠자리에서 잠이 들어 있다

 

사실

절터샘까지 도착하면 더 오르기가 싫어진다

특히 여름 산행은

땀과

근육의 피로로 인해서 걷기 싫어진다

그래도 다리를 끌고 걷다보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산길을 걷는 것은 고통을 맛보기 위해서다

고통을 통과해 나가는 희열을 맛보기 위해서다

고통을 통과하는 것과

삶을 살아가는 것은 똑같다

산에서 생을 느끼는 것이다

극한의 고통을 통과한 후 맞이하는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얼마나 좋은가

그래서 산길을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산을 찾는 횟수에 비례하여

정상에 도착하는 시간은 점점 빨라지지만

산을 찾을 때마다 고통은 여전한 것이다

그래서 산이 항상 그대로이듯

고통도 그대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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