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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흔적

모산재(2015-9-5)

by 1004들꽃 2015. 9. 6.

비 소식을 들었지만 현재 비가 내리지 않으니 나선다

산을 찾아 나서는 길을 사람들은

왜?? 라고 말을 하곤 한다. 내려올 것인데 왜 올라가느냐고?

그저 자연과 함께 자연이 되고 싶어서라고 이야기하면 미친놈이라고 할까?

그 미친놈들이 세상에는 많은 모양이다. 

장승조각가의 작품은 계속 늘어간다

천상운집

천가지 좋은(상서로운) 일이 구름처럼 모여든다  

조금 지나면 깃발들의 운집

구름처럼 흩날리는 깃발들의 향연

이곳을 지나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티베트의 깃발은 아닐지라도

한사람 한사람의 손길이 이렇게 간절한 소망으로 매달린 곳 

한 사람 또는 한 단체의 이름으로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한 폭의 아름다운 구름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깃발은 소나무의

가지에도 매달려 나부낀다

한가지 염려스러운 것이 있다면

소나무의 가지에는

이러한 행동을 피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먼 곳으로부터 비의 느낌이 다가온다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기분이다

날씨의 영향 때문인지 발걸음도 점점 무거워진다

돛대바위 도착하기 위해서는 공포의 95계단을 올라야 한다

반대편에서 보면 마치 수직계단이 바위에 설치되어 있는 듯 보인다

다리의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서는 쉬지 않고 한꺼번에 올라야 한다 

비가 올듯 희뿌연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 먼 곳까지 보이지만 비를 가득 안고 있는 구름은 사방을 뿌옇게 만들어 놓지만

바위틈을 비집고 커가는 소나무의 잎들은

안개속에서 연두색이면서 초록으로 빛난다

산의 모습은 변화가 없는데

사람들은 시시각각 변한다

물론 바람과 비와 햇빛이 산의 모습을 변화시키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처럼 예측할 수 없는 변화는 일으키지 않는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산의 모습

그 모습을 닮기 위해서 산을 찾는지도 모른다

또한 똑같은 그 길을 걸어가면서도

보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아마도 새것이 아닐까 추측되는 장승을 만난다

장승의 모습이 아닌 다른 캐릭터의 모습을 발견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홍의장군이라든지 홍길동이라든지?~~~

하지만 저 얼굴 속에 그들의 모습들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황매산 철쭉군락지로 향하는 길목에는

머리카락을 풀어헤치며 서 있는 징승을 만날 수 있다

모산재를 뒤로하고 황매산 방향으로 걸어가면

야외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낸 텐트족들을 만날 수 있다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몇 군데 보이지 않는다 

구름을 뒤집어 쓴 황매산을 올려다보며 보내는

구름 속에서의 하룻밤은 꿈결같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팔뚝에 빗방울 한 방울 떨어진다

곧 비가 올 모양이다

황매봉은 포기하고 만다

황매봉을 포기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뱀이다

풀이 많아 두려운 생각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뱀을 보았다

바위 위에 올라 먼 구름을 뒤집어 쓴 황매산을 쳐다보는데

스르르하는 뭔가의 움직임을 감지했고

화들짝 놀라 돌아보니

새까만 뱀 한 마리가 나무 밑으로 기어 들어가는게 아닌가

풀이 많은 관계로 뱀의 공포가 몰아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서둘러 돌아 내려왔다   

빗방울은 이미 굵어질대로 굵어졌고

멀리 쌍사자 석등도 나와 함께 비를 맞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서로 엉겨붙어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어찌 사자라고 할 수가 있겠는가  

통통한 엉덩이와 다리의 모습을 보면

두세살 먹은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 아닌가?

공 위에 위태위태하게 올라서서 서로 붙잡고 균형을 유지하며

석등을 받치고 있는 모습이라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진정 이 쌍사자 석등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웃음이 나오도록 해학을 심어서 조각한 것일까?

나만 그렇게 보는 것일까?

어쩌면 시 한편을 읽고 각자 나름대로 생각하듯이

조각품이나 미술품 또한 그러한 것은 아닐까?

어쨌든 이를 조각한 조각가를 만날 수 없으니

후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다만 듣고 있는 수밖에 아무런 도리가 없다

뭐라고 이야기하든 대수롭지 않은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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