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을 갈까 어찌할까를 망설이다가
지난 토요일 계획했었던 만물상으로 발길을 돌렸다
지난 토요일 만물상을 가고자 했으나 갑자기 세석으로 발길을 돌렸었다
서운함이 마음 한켠에 숨어 있었던 모양이다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방문객을 제일 먼저 반겨 준다.
바닥이 훤히 비치는 계곡을 한 마디로 말하면 "아름답다"
용기골을 따라 걷다가 상왕봉까지 갈 것이고
다시 서성재로 내려와 만물상으로 내려갈 것이다
올라가는 길은 물과 함께 걷기 때문에
피곤을 잊고 걸을 수 있다
백운 1교를 지나면
소원성취탑이 방문객을 반긴다
누구든지 소원은 있겠지만 그 소원은 스스로의 노력에 의하여 성취될 뿐이다
이런 조형물이 마음에 위안을 가져다 줄 수는 있겠으나
그 누구도 여기에 마음을 다 주지는 않을 것이다
산길을 걷다가 이런 조형물을 만나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미풍이라는 생각을 하면 나쁜 것은 아니다
이렇게 사진을 찍을 수도 있지 않은가
울창한 나무들 때문에 길은 그늘로 가득찼다
내리쬐는 햇살이 바닥에 닿지 않도록 나무들은 잎에다 햇살을 채우는데
나무 아래로 뻗은 길에는
미처 담지 못한 햇살 몇 움큼 떨어져 있다
상쾌한 소리를 내며 흘러내리는 물은 폭포를 만들고
폭포 아래에서 바위들은 온 몸으로 폭포를 받아낸다
아무런 댓가나 이유없이 저렇게 온 몸으로
뭔가를 받아 낼 수 있는 사람은 있을까
시기하고 질투하고
짓밟고 일어서는 것을 삶으로 알고 살아가는 사람들, 얼마나 많은가
요즈음은 정치판에서 싸우는 모습을 매일 텔레비전 뉴스로 내 보낸다
모든 국민은 저렇게 싸워야만 세상이 온전하게 돌아갈 것이란 착각을 하지 않을까
그것을 재미있다고 분석하는 사람
그것을 모르면 뒤떨어진다는 생각들이 모여서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나보다
썩어서도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내는 고사목
위에서 아래로 그저 흘러 내리는 물
물과 바위가 함께 어울려 내는 소리
그 소리를 언제까지나 듣고 싶다
위로 올라갈수록
햇살은 군데군데 떨어져 있다
나뭇잎을 피해
이렇게 다소곳이 내려앉은 햇살 한 줌
눈부시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심코 던진 돌이 쌓였을까
산을 관리하는 사람이
잠시 쉬어 가라고 길목에 이렇게 소원성취탑을 만들었을까
덕분에 가쁜 숨을 고르며 쉬어간다
살아가는 일이란 이렇게 산길을 걷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무리 급해도 급하게 갈 수 없고
꾸준하게 한걸음 한걸음씩 내딛어야 한다
나무들도 산에서 오랜 세월동안
자라고 자라서 이렇게 울창한 숲을 만들었을 것이다
조금씩 내딛는 걸음이 모여 산의 제일 높은 곳에 도달할 수 있다
거짓말로 표를 얻어 정치인이 되는 것과 절대 비교할 수 없는 일이다
목마와 숙녀 -박인환-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 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어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장승조각가가 이곳도 다녀간 모양이다
웃는 모습이 정겹다
사람들의 웃는 모습이 가면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잎이 다 떨어지고
벗고 또 벗어서 껍질까지 모두 없어진 나무
하늘 아래에서 하늘색을 배경으로 조화롭다
칠불봉은 상왕봉보다 3m가 높다
상왕봉의 넓은 면적에 밀렸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야산 정상을 상왕봉이라고 한다
어쨌든 정하기 나름이어서
상왕봉을 정상으로 정했다면 상왕봉이 정상인 것이다
정상이든 아니든 상관없는 일이고
칠불봉의 내용을 가만히 살펴보니 김해 김씨에 관한 전설이다
우두봉에 도착했다
상왕봉이라고도 한다
울퉁불퉁 솟은 바위가 멋스럽다
저 멀리 만물상을 카메라에 담아보지만
안개때문에 분간할 수 없다
저쪽을 통해서 내려갈 것인데
참 멀게도 느껴진다
아무것도 가져 오지 않았다
물 3병과 캔맥주 한 개
이것으로 오늘 산행의 에너지를 모두 받아야 한다
만물상 코스에 검은색으로 표기된 길은 아주 험하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험해도 비행기를 타고 갈 수도 없고
발걸음만이 그곳을 지나가게 한다
굽이진 곳마다 오르락 내리락 걸어야 하는 구간이다
잠시 내려간다 싶으면
다시 올라가야 하고
올라서면 다시 내려가는 길이고
그 길이 끝나면 다시 올라가야 한다
그러기를 지칠 때까지 하면 겨우 끝이 보인다
그래서 가끔 지나온 우두봉과 칠불봉을 쳐다보며
많이도 왔구나 하는 것으로 자위할 수 있어야 한다
사진을 찍으며 쉬어가기도 하고
먼 산을 보며
나무와 산을 조화롭게 배치시키고
쉬어가는 자리와
지나온 곳을 합쳐보기도 한다
내려가는 길 중에 쉬어갈 수 있는 곳은 이곳이 마지막일 것이다
이제 바위들로 어울린 풍경은 뒤로 접어 두고
가파른 길을 따라 묵묵히 걸어야 할 것이다
저 멀리 가야호텔의 전경이 들어온다
땀에 절은 몸을 씻어야 할 차례다
계곡으로 들어가니 떨어지는 물은 더욱 상큼하다
오랜만에 세족식까지 하고
머리를 물에 한동안 담가 두었다
이렇게 시원한 느낌을
누구에게도 전해줄 수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무리를 한 듯 다리가 뻐근하지만
시간이 해결할 문제고
다시 머리 속은 산에 올 생각으로 채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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