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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흔적

자굴산(2013-05-05)

by 1004들꽃 2013. 5. 5.

5월을 시작하면서 자굴산을 찾는다.

가까이 있으면서 오르기 적당한 곳.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산, 자굴산

날씨가 변덕스럽고 오고자하는 봄을 받아들이지 못해 웅크리고 있었던 자굴산 기지개를 펴는데

봄을 제대로 맞지 못하고 바로 여름으로 가는 형국이다

자굴산을 찾는 사람들을 반기던 꽃들은 어느새 지고

여름 초입의 날씨와 푸르게 내뿜는 나뭇잎들로 산은 푸르다

그 와중에 꽃은 피었다 가고

어느 꽃이든 자기 할 몫은 한다고

피고 또 피고 지는 것이다

산 중턱에 올라서니 철쭉은 만개해 있다

차츰 위로 올라가는 모양이지만

한우산의 철쭉은 철쭉제가 끝난 뒤 필 모양이라

다음 주 쯤이면 철쭉 보러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겠다

 

 

산의 이쪽 저쪽이 거짓말처럼 다르다

한쪽에서는 허드러지다 못해 지려 하고

한쪽에서는 몽오리도 풀지 못하는 것이다

몽오리를 묶어두는 기온은 이 산과 저 산이 달라서

서로 풀리는 시간도 달라 제각각이다

사람들도 제각각 똑 같은 모습을 보고도 생각이 다르듯이

산에서 자라는 철쭉도 아래쪽에는 조생종이 자리잡고

윗쪽에는 만생종이 스스로 자리를 잡는 모양이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산은 온통 푸르게 빛날 것이다.

화사했던 봄기운은 밀려서 어디론가 사라지고

강하고 탄탄한 기운이 산을 감싸면

산은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하게 된다

 

 

바람덤의 머리부분이다

철쭉 한 그루를 올려 놓고 꽃잔치를 하고 있다 

요즈음 정상에는 자전거 동호인들리 많이 찾는다

자전거를 타고 메고 짊어지고 정상까지 올라온다

내려갈 때도 그럴 것이다.

아직 몽오리로 묶여있는 꽃들은

언제 저 몽오리를 감고 있는 기운을 떨쳐낼 수 있을런지

터질 듯 말 듯 부풀어 있는 몽오리를 나뭇가지가 단단하게 움켜잡고 있다

풀더미 속에서 이렇게 더부살이를하는 꽃도 꽃을 피우고

이렇게 화사하게 줄꽃을 피우기도 하는데

철쭉은 아래로 내려와야만 볼 수 있다

꽃에 새겨진 문양이 괴기하다

이곳에만 오면 사진을 찍고 싶어진다

억새 한줄기 앞세워 놓고 맑은 하늘 아래 펼쳐진

산들을 찍는 것이다 

산상소류지로 향해가는 이 길.

어디에서 본 듯한 길.

볼 때마다 기억에도 없는 영화 속의 한 장면인 듯 생각하는 것이다.

억새가 새 꽃을 준비하기 위해 긴 겨울을 보내고

이제 서서히 자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듯 하다.

무성해졌다 다시 겨울을 보내고 저렇게 힘을 빼고 있으면

일 년이 가는 것이다. 

내려오는 길에도

꽃들은 많다

이 곳의 소나무들은 키만 크는 모양이다

가늘게 뻗어 올라가는 모습이 영양실조 걸린 양 위태롭다

 

복사꽃

봄꽃은 분홍이 대세인 모양이다.

 

내리막 길을 내려오다 이곳에 오면 잠시 쉬어 가는 여유를 부린다

잠시 내려가면 한창 공사중인 곳에 도달한다

무엇을 하는 지 알 수 없지만

이곳 내조 골짜기에는 붐처럼 새집이 들어서고 있다

모처럼 땀에 흠뻑 젖은 하루였다

땀이 식으면서 한기가 찾아온다

이제 땀의 계절로 간다.

한여름 뙤약볕을 맞으며 산길을 걷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겠다

더위와 싸워 이기는 방법은 오로지 한 가지, 더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더위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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