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자굴산을 찾았다. 흐린날씨에 습도가 높아서 걷기 시작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둘레길이 유행처럼 번지는 중에 내조에서 정상까지의 길은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길로 되어 버린 것 같다. 정상까지 가는데 한 사람도 만나지 않았다. 내조에서 출발하여 바람덤을 거쳐 정상으로 가고 다시 달분재 쪽으로 내려와 산상소류지로 내려가는 것으로 길을 잡았다.
바람덤에 올라서서 한우산 쪽을 바라보니 한우산은 안개에 뒤덮여 있었다.
바람덤을 지나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 그냥 스쳐지나가며 보았던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정상에 도달하는 것이 이렇게 힘이드는 줄 미처 몰랐다. 흐르는 땀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는데 안개마저 산을 온통 감싸고 있었다. 내가 있는 거리에서 정상 표지석을 분간할 수 없었는데 저 정상 표지석도 나를 분간하지는 못할 것이다. 안개속에서 한참을 앉아있었다. 내 온 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안개는 무더기로 달려들었다 지나갔고 그 사이에 잠시 주변은 선명해지곤 했다.
안개에 휩싸인 숲길은 마치 새벽 숲길을 걷는듯이 고즈늑하고
달분재를 지나 산을 내려오는 길에 접어드니 간벌작업 때문인지 베어놓은 나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산을 내려와 임도를 따라 다시 올라가면 자굴산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계곡을 만날 수 있다. 오래전에 폭우로 유실된 부분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인공적으로 만든 물길이다. 물 한 방울 내려가지 않는다.
물을 받아내는 보를 만들었는데 이로 인하여 이곳의 풍경이 망가졌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물은 바위를 타고 흐르고 있었다.
이런 계곡이 몇 개만 더 있어도 자굴산은 멋진 산이 되지 않을까.
이곳에서 비오듯 내리는 땀을 씻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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