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기다리고 있었구나
언제나 비워두고 기다리고 있었구나
의자가 있는 줄도 몰랐던 나는
거리를 활보하며
아무 곳에서나 잠이 들었다
기다림의 끝에서도
묵묵히 기다리고 있던 의자에
단 한 번도 앉아보지 못하고
비걱거리며
지친 숨 몰아쉴 때 비로소 돌아와
꼭 한 번 앉은 의자에서
내 뼈마디에서 나는 소리와
의자에서 나는 소리가 같음을 알았다
사랑도 없이
눈물도 없이
남의 의자를 부수고 다녔던 세월이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낡은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나는
내가 부순 의자들을 고쳐주지 못한다
내 썩은 몸이 의자에 스며들어
의자에서 뿌리가 내린다
새 의자를 만들 나무를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