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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의자

by 1004들꽃 2013. 6. 7.

의자


기다리고 있었구나
언제나 비워두고 기다리고 있었구나
의자가 있는 줄도 몰랐던 나는
거리를 활보하며
아무 곳에서나 잠이 들었다
기다림의 끝에서도
묵묵히 기다리고 있던 의자에
단 한 번도 앉아보지 못하고
비걱거리며
지친 숨 몰아쉴 때 비로소 돌아와
꼭 한 번 앉은 의자에서
내 뼈마디에서 나는 소리와
의자에서 나는 소리가 같음을 알았다
사랑도 없이
눈물도 없이
남의 의자를 부수고 다녔던 세월이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낡은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나는
내가 부순 의자들을 고쳐주지 못한다
내 썩은 몸이 의자에 스며들어
의자에서 뿌리가 내린다
새 의자를 만들 나무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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