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놀이 / 공지영
사회적인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 주는 책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도가니> 그리고 이번에 나온 <의자놀이>. 몰랐던 일들. 알면서도 외면했던 일들. 그 이야기들이 책을 통해 알려지고 다시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사회 참여가 작가들의 의무적 사항이라는 어떤 사람의 말이 떠오른다. 참여가 아니면 글을 쓰지 마라? 그런 것은 아니겠고, 어떻게든 글을 쓰게 되면 그 행위 자체가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역사소설 <칼의 노래>에서는 전쟁을 수행하는 장군으로서의 한 사람이 아니라 어머니의 죽음에 슬퍼하고 아들의 죽음에 통곡하는 인간의 모습을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부하들을 다루며 가장 인간적인 모습, 국사책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회 참여가 작가의 의무라고 한다면 각자의 취향에 따라 시를 통해서, 수필을 통해서 그리고 소설을 통해서, <의자놀이>와 같이 르포르타주를 통해서 사회적 이슈가 되는 일들을 알리고 싶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 알리든 그것은 작가의 양심에 달려 있을 것이고 또 그것을 읽는 사람에 따라서 받아들여지는 강도는 각각 다를 것이다. 어떤 책을 읽고 그에 대하여 강하게 받아들이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그것은 쉬운 말로 독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의자놀이>는 2009년 쌍용자동차 노동자 2,646명의 해고 발표 이후 시작된 77일간의 파업으로부터 22번째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쌍용자동차 이야기를 사실에 입각하여 쓴 책이다. TV나 신문, 각종 인터뷰 등을 망라하여 구성했다. 그야말로 인간사냥이었던 순간들. 경찰의 진압. 헬기를 동원한 최루액 투하 등 전쟁을 방불케 했던 그 순간들을 사진과 인터뷰, 증언 등을 통하여 알려준다.
어제까지 함께 울고 웃으며 일했던 동료들이 의자에 앉지 못한 자와 의자에 앉은 자, 즉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뉘게 된다. 사람을 사람이 아니게 만드는 사측과 정부의 교묘한 계략. 임진왜란 때 자기가 소속된 당의 권력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이순신을 죽이려했던 일과 다를 게 없다. 노동자들에게 의자를 주고 호각을 불면 의자에 앉아야 하는데 그 의자의 숫자는 노동자 숫자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 의자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팔짱을 끼고 쳐다보며 웃는 형상이다.
책의 뒷부분으로 가면 인세는 모두 쌍용자동차 정상화를 위해 쓰이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책 한 권이 팔릴 때마다 약 4,000원이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고 한다. 책을 한 권 산 것으로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었다. 책 한 권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기업의 이해관계에 얽혀 그저 일만 하는 노동자들이 희생당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책에 대하여 표절 논란이 일고 있지만 노동자들에 대한 주위를 환기시키는 작업은 높이 사야 할 것이다. 표절 논란과는 상관없는 일일테지만 여러 가지 책을 읽다보면 어디서 어떻게 읽었는지 모르고 어떤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때가 있다. 단순히 어떤 곳에서 읽었을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그 생각을 쓰지 못한다면 아무런 글도 쓸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혹시, 표절이라도 될까 싶어서 내가 쓴 글을 아무 곳에도 발표하지 못하는 것일까?
쌍용자동차 노동자, 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라는 물음이 책 속에서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비단 쌍용자동차에서만 일어난 일은 아닐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그와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며, 또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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