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을 닦으며
밖을 바라보기 위해서만
쳐다보던 유리창을
유리창을 보기 위해 쳐다보았다
안쪽에는 손자국이 군데군데 있었고
바깥쪽에는 바람과 비의 흔적이 햇살에 빛나고 있었다
얼룩을 닦다가
바깥 풍경에 새겨진 무늬를 보았다
내 마음에 새겨진 무늬를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새겨진 것으로 착각하면서
참 오래도 살아왔구나
남의 옷에 묻은 얼룩을 탓하지 말고
내 옷에 묻은 얼룩을 지워야 할 때다
유리창을 닦듯이
눈에 낀 얼룩을 닦아내고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보아야겠다
내가 웃어주지 못해서 웃지 않았던 얼굴
내가 화를 내어서 찌그러졌던 얼굴
유리창을 닦으며 환하게 다가오는 풍경을 보며
내 눈을 먼저 닦아야
모두 환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알았다
내 마음을 깨끗이 닦고
그녀를 보면
환하게 웃으며 다가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