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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유리창을 닦으며

by 1004들꽃 2020. 4. 14.

유리창을 닦으며


밖을 바라보기 위해서만
쳐다보던 유리창을
유리창을 보기 위해 쳐다보았다
안쪽에는 손자국이 군데군데 있었고
바깥쪽에는 바람과 비의 흔적이 햇살에 빛나고 있었다
얼룩을 닦다가
바깥 풍경에 새겨진 무늬를 보았다
내 마음에 새겨진 무늬를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새겨진 것으로 착각하면서
참 오래도 살아왔구나
남의 옷에 묻은 얼룩을 탓하지 말고
내 옷에 묻은 얼룩을 지워야 할 때다
유리창을 닦듯이
눈에 낀 얼룩을 닦아내고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보아야겠다
내가 웃어주지 못해서 웃지 않았던 얼굴
내가 화를 내어서 찌그러졌던 얼굴
유리창을 닦으며 환하게 다가오는 풍경을 보며
내 눈을 먼저 닦아야
모두 환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알았다
내 마음을 깨끗이 닦고
그녀를 보면
환하게 웃으며 다가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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