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고
온갖 아우성에도
저 깊은 바다 속은 아무 기척이 없다
파도가 들끓어도 보고만 있는 신세
아무리 몸부림쳐도 꼼짝할 수 없다
밥벌이를 이어 나가려
하고 싶은 말 하지 못하고
굽실거리는 것이 버릇이 되다보니
입은 없어지고 어깨는 점점 쭈구러든다
더 내려갈 데도 없는데
어디까지 짓밟혀야 하나
밥벌이에 흠이 나지 않을까
두리번 두리번 사방을 살피며
애먼 술만 작살내는데
정작 내 몸만 작살이 난다
가만히 있다고 긍정하는 것이 아니다
파도가 아무리 사납게 쳐도
돌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 심연
해변의 상처를 쓸어담는 파도
해변의 상처를 씻어주는 비바람
그 모든 일들이 바다 밑으로 침전되면
심연은 그 무게를 다 짊어진다
싫어도 견뎌야하는 무게
모든 아우성을 들어야 하는 고독
시가있는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