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가있는풍경

선물

by 1004들꽃 2020. 3. 12.

선물


술을 마시느라 생각도 하지 않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세월은 지나가고
선물은 제 멋대로 굴러다녔다
한 번도 닦아 주지도
뭐가 들었는지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
선물 사용설명서가 없어서
그냥 뒀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술을 마시느라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했는데
선물은 스스로 포장지를 뜯고
어른이 되어갔다
술에 취해 잠시 눈을 감았다 뜨니
나는 어른이 되지도 못하고
늙어 버렸고
갑자기 어른이 된 아이들이 낯설다
소중히 여기면 선물도 빛이 나는데
관심 주지 않으면 선물도 선물이 아니다
어른이 된 선물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서
노인은 때늦은 선물을 준비해도
줄 수가 없다
매일 해가 지고
매일 해가 뜨고
기억이 없어지기 전에 선물을 줘야 하는데
어른이 된 아이들은 선물 받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선물 줄 사람은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시가있는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같은 기다림  (0) 2020.04.07
바다  (0) 2020.03.18
  (0) 2020.03.11
이마  (0) 2020.03.10
  (0) 2020.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