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변인이다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짧다
금세 해가 진다
누군가 찾아와 곁에 머물면
그나마 짧은 시간도 빼앗길까
빨리 가기를 기다린다
그가 주인공 역할을 하는 동안
나는 가만히 있는다
한 마디라도 하게 되면
그가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혼자가 되는 시간을 기다리는 일은 지루하다
이제 좀 가는 것은 어떠냐고
목까지 치밀어오는 말을
꿀떡 삼킨다
시간이 갈수록 목에서 나는 소리가 커진다
그 소리는 나에게만 들리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앉아있는 그가 얄밉다
마침내 그가 떠나면
지쳐버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머릿속을 부유하던 문장도 사라지고
어깨를 짓누르던 단어도 사라지고
큰 물고기를 놓친 낚싯꾼처럼
멍하니 창밖을 쳐다보는 나는
친구도 되지 못하고
옳은 시인도 되지 못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주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