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산등성이 올라 먼 산 쳐다본다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 아래
멀어서 희미해지는 산들은
하늘색을 닮아간다
산길을 걷는 사람은
산인지 하늘인지 분간하지 못하고
그저 산길만 쳐다보며 걷는다
울긋불긋 차려입은 산객들이
제각각 흩어져서 산을 오르고
잎을 떨치고 부서질 듯 초라하던 나뭇가지도
초록잎 가득 오월의 색을 뿜어낸다
해마다 오월은 이렇게 푸른데
붉은 이슬로 새긴 이름 앞에서
말 잔치를 하는 사람들
식은 죽 먹기 보다 쉬운 말장난에
상처받은 눈동자
붉게 물든 눈물 그칠 줄 모르는데
멀어서 희미해져가는 산처럼
기억도 희미해지는 것일까
마침내 붉은 오월은
푸른 오월이 되어버리는 것일까
시가있는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