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계절
몇날며칠 술을 마시면 이 지겨운 계절이 지나갈까
온 사방에 가득 찬 꽃가루와 미세먼지가
하늘과 산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다
언제부터인가 파란 하늘색은 보이지 않고
세상은 원래 이런 곳이구나하고 생각해 버리게 한다
꽃가루를 뒤집어 쓴 날이면
눈이 가렵고 쉴새 없이 재채기를 하면서 코를 풀어댄다
할 수 없이 병원을 찾아가서 주사를 맞고 나면
거짓말처럼 가려움증이 사라진다
마치 의사들이 사람들을 꽃가루에 중독되게 만들어
병원을 찾지 않으면 안 되도록 만들어 놓은 것 같다
광고에 현혹되어 필요 없는 물건을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드는 것처럼
안개도 아닌 미세먼지와 꽃가루 때문에 세상을 분간할 수 없다
분간할 수 없는 세상에서
동네 중국집에서 오천 원짜리 짜장면을 먹는 사람이 있고
고급 요리집에서 오만 원짜리 코스요리를 먹는 사람도 있다
주머니 사정은 누가 뭐래도 뻔한 것이라
버릇처럼 오천 원짜리 짜장면을 먹으러 동네 중국집을 찾는다
문을 꼭 닫아두어도 마루에 꽃가루가 누렇게 앉는 집과
문을 닫으면 미세먼지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집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예사로 재채기를 해대지만
코를 팽 풀면서 꽃가루의 계절은 언젠가 지나갈 것이라고 믿으면서
멍청이처럼 웃기만 한다
시가있는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