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놀이
공 하나와 골대 두 개 똑같은 수의 사람과 사람
공 하나를 좇아서 숨이 턱에 닿을 때까지 뛰고 또 뛴다
발놀림에 속아 상대편 공격수를 놓치면
자기 편의 골대로 공이 들어갈 확률이 높아진다
수비수는 발을 걸거나 몸으로 부딪쳐
상대 선수의 공격을 막아내지만
예상하지 못한 발길질에 골대 안으로 공이 들어갈 때
관중석에선 순식간에 함성이 터진다
공을 따라다니던 수비수의 힘든 숨결은
격정적 함성에 묻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공은 다만 사람의 온몸에 부딪히며
잔디밭을 구르고 날아다니는데
공의 위치에 따라서 사람들만 열광하고 절망한다
이편도 저편도 아닌 사람은
무덤덤한 눈으로 공의 움직임을 좇는다
어쩌다 저편에 앉았다가 저편이 되기도 하고
이편에 앉았다가 이편이 되기도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이편도 저편도 되는 것이다
공은 다루는 사람에 따라 방향전환하지만
공은 누구의 편도 아니다
공에도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꽃이 핀 공을 발로 차지는 않겠지
꽃이 상하지 않게 물을 주고 잡초도 뽑아 내겠지
시가있는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