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
지구를 한 바퀴
돌고자 했던 나그네가
첫눈 내리는 밤
걸음을 멈추었다
걸어서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했던 나그네는
희디흰 눈앞에서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온 몸에 묻었던 피가
발끝으로 흘러내리고
어깨에 쌓였던 눈도 흘러내려
피로 물든 눈밭에 주저앉아
까닭 없이 눈물이 흐르는데
왜 이토록 먼 길을 걸어 왔을까
돌아갈 수도 없는데
다시 일어서 걷는 나그네를 따라
붉은 발자국이 따라간다
발자국마다 흰 눈이 쌓인다
여정
지구를 한 바퀴
돌고자 했던 나그네가
첫눈 내리는 밤
걸음을 멈추었다
걸어서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했던 나그네는
희디흰 눈앞에서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온 몸에 묻었던 피가
발끝으로 흘러내리고
어깨에 쌓였던 눈도 흘러내려
피로 물든 눈밭에 주저앉아
까닭 없이 눈물이 흐르는데
왜 이토록 먼 길을 걸어 왔을까
돌아갈 수도 없는데
다시 일어서 걷는 나그네를 따라
붉은 발자국이 따라간다
발자국마다 흰 눈이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