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24시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을 안주삼아 소주 한 병을 마셨으나
허기를 채울 수가 없었다
나에게 기대고 싶은 사람에게
한 번도 어깨를 내 주지 않았으면서
나는 온갖 어깨를 요구하고 있었다
다시 소주 한 병을 마시니
내 어깨가 닳고 닳아
내어 줄 어깨가 없어질 때까지
내 어깨를 내어 줄 것이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내가 나에게서 떠나
내가 아닌 내가 고함을 지르는 것을 보니
미워한 것은 내 잘못이었다
혼자서 미움을 만들어
주머니에 쑤셔 넣고
기댈 어깨가 없다고
주머니에 쑤셔 넣은 미움을
하나씩하나씩 꺼내고 있는 것이었다
주머니에 가득 찬 미움 때문에
어깨가 무거워 축축 처지고 있었다
2010년 영남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