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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어깨

by 1004들꽃 2010. 10. 25.

어깨

 

 

24시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을 안주삼아 소주 한 병을 마셨으나

허기를 채울 수가 없었다

나에게 기대고 싶은 사람에게

한 번도 어깨를 내 주지 않았으면서

나는 온갖 어깨를 요구하고 있었다

다시 소주 한 병을 마시니

내 어깨가 닳고 닳아

내어 줄 어깨가 없어질 때까지

내 어깨를 내어 줄 것이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내가 나에게서 떠나

내가 아닌 내가 고함을 지르는 것을 보니

미워한 것은 내 잘못이었다

혼자서 미움을 만들어

주머니에 쑤셔 넣고

기댈 어깨가 없다고

주머니에 쑤셔 넣은 미움을

하나씩하나씩 꺼내고 있는 것이었다

주머니에 가득 찬 미움 때문에

어깨가 무거워 축축 처지고 있었다

 

2010년 영남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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