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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약속

by 1004들꽃 2011. 1. 24.

약속

 

 

약속하지 않은 약속도
약속이었다
그 약속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 몸을 뒤흔들었다
시간은 그 약속을 지켜줄 수 없는 모양이었다
약속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졌고
내 몸은 약속에 베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몸에서 떨어져 나간 머리는
노숙자가 베고 누웠고
떨어져 나간 팔다리는
지나가는 개들이 물어뜯으며 싸웠다
내가 없는 나는 갈 길을 잃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호숫가를 서성거렸다
겨울에도 떠나지 않는 오리들은
서로 약속에 묶여 하늘을 날지 않았다
날지 않는 새의 날개는
목적지 없는 비상을 꿈꾸며
약속의 진원지를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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