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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79

by 1004들꽃 2017. 12. 17.


시 79


끝인 줄 알았는데
끝이 아닐 때
그래서 삶은 계속 이어져야만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도 모르는 사이에 형성된 기억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떠오르고
세월이 흘러 무의식이 된 의식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퇴적된 기억이 시키는대로 일상은 자꾸 반복되고
무의식과 의식이 반복되면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들도 그림자처럼 서성인다
하필이면 거기에 있었던 일
하필이면 누구를 만났던 일
하필이면 술을 마셨던 일
어쩌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하필 거기에서 누구를 만나 술을 마실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하필 세상에 태어나서
사람들을 만났던 일을 무의식에 축적시키면서
끝나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
솔직히 말해서 감사해야만 한다
내가 지금 시라는 이름으로
누구도 시라고 할 수 없는 넋두리를
이렇게 쓰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감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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