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6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지나온 세월을 반추하며
다시 그곳에 가보는 것이다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싶지 않은 기억이 있을 수 있고
가고 싶지 않은 곳에
가고 싶은 기억이 있을 수 있다
그에게서
그리고 또 그에게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의 냄새를 더듬으며
제자리에 앉아 시를 써야 한다
여행에서 방금 돌아온 사람처럼
생생한 기억으로 기록하여야 한다
없었던 일을
있었던 것으로 기록하지 않고
기억하기 싫은 일도
기억의 한 모퉁이에 써 놓아야 한다
그래서 술에 취해
털썩 주저앉아 일기장을 꺼냈을 때
눈물겹지 않을 만큼만 쳐다보는 것이다
시를 쓰는 일이란
살아가면서 기억해야할 일들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되새겨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