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55
가을에는 떠나야 한다
울긋불긋 나뭇잎을 자세히 보기 위해
나뭇잎을 찾아 떠나야 한다
낙엽이나 밟으며
터벅터벅 돌아오지 않으려면
늦지 않도록 서둘러야 한다
미처 잠에서 깨어나지 않아
놓쳐버린 기억은
월척을 놓쳐버린 낚시꾼보다
더 아깝게 느껴진다
가을이 가기 전에
시가 익어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떠나야 한다
서리가 내리기 전에
짙은 안개를 헤치고
붉은 나뭇잎을 찾아 떠나야 한다
시에도 단풍이 들어 가을에 취하고
쓸쓸해진 마음에는
가을비처럼 시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