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26
처음 가 보았을 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찾은 그곳에서
나의 그림자가 스친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다시 그곳을 찾았을 때 비로소
한 번 와 보았던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그곳을 찾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곳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평범한 곳을
의미 있는 곳이 되게 하려면
익숙해질 때까지
그곳을 찾아가야 한다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그곳에 있어야 한다
그곳에서 마음을 풀어놓고 편안해져야 한다
나와 그곳이 겹쳐지면서
숲이 되어야 한다
숲 속에서 바람이 불고 새가 울고
누군가의 속삭이는 소리도 들려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