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와글와글 주루룩 주룩
비가 내리나보다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쳐다보며
내 소리도 저 빗소리에 묻혀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비가 저렇게
요란스럽게 내리는 것은
말 못할 하소연을 모두 받아서
빗소리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이 드는 것이다
빗소리라도 없었다면
누군가 나에게 퍼부었을지 모를 이야기가
등을 짓누르고 있을 것이다
비가 오는 날이면
모든 소리가 똑같아져서
평온한 마음으로 아무 소리나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내는 소리도 누군가에게는
와글와글 주루룩 주룩
그냥 빗소리로만 들릴 것이다
내가 욕한 것을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해도
그를 보면 괜히 겸연쩍어지는 것처럼
나는 가끔 누군가에게
부끄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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