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본다
피아노 앞에 한 여인이 앉아 있다
휘몰아치는 바람처럼
부드러운 봄바람처럼
두 손이 건반 위를 미끄러져 간다
음악을 배우지 못한 나는
소리의 내용과 고저장단을 해석하지 못한다
고와 장이 함께 울리고
저와 단이 합쳐지면서
고저장단이 한꺼번에 울려 퍼진다
피아노가 있는 방
거울에는 피아노를 치는 여인이 비춰 보이고
옷걸이에는 비뚤어진 옷이
피아노 소리를 따라 춤을 춘다
마당에서도 같이 노래를 하는지
개 짖는 소리도 박자를 맞춘다
소리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소리가 커질수록 방 안이 꽉 차는 느낌
해석하지 못할 글자들이
방의 빈틈을 가득 채우고
끊임없이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면
피아노 치는 여인은 한 폭의 그림이 된다
그림을 읽을 수는 없어도
보이는 대로 볼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