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세 남자 이야기

by 1004들꽃 2011. 12. 20.

세 남자가 저승에 다다랐다.

성 베드로가 세 남자를 맞았다.

그런데 세 사람이 심하게 다친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 지경이 되었소?

첫 번째 남자가 말한다.

그날 저는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의심이 들어서 빨리 퇴근하여 현관문을 열고 곧장 침실로 달려갔지요. 아니나 다를까 아내가 벌거벗은 채 침대에 누워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대낮에 내 마누라와 놀아난 그 망할 자식이 도대체 어느 놈인지 알아내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아내는 대답을 하지 않았지요. 미친 듯이 온 집안을 뒤졌는데 아무 것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거실 발코니에 매달려 있는 한 사내를 발견했습니다. 저희 집은 8층에 있는데 사내는 두 손으로 난간을 잡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더군요. 저는 그놈을 떨어뜨리려고 했어요. 그런데 놈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더군요. 난간에서 놈의 손을 떼어 놓는데 실패하자 저는 망치를 가지러갔습니다. 놈의 손을 망치로 때려 드디어 놈의 손을 떼어 놓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그 놈이 건물 1층에 있는 꽃집의 차양에 떨어져 튀어 오르더니 별 탈 없이 사뿐히 내려앉았지요. 그래서 저는 눈이 뒤집혀 격분을 참지 못하고 냉장고를 들어 올렸습니다.

그러고는 발코니에서 놈을 겨냥하고 냉장고를 던져 버렸죠. 그제야 놈은 박살이 나 버렸습니다.

아, 그랬구먼 그런데 당신은 왜 만신창이가 되었소?

그야 냉장고 무게를 얕잡아 봤다가 그 무게에 휩쓸려 발코니 너머로 훌떡 추락했지요. 그런데 저는 운수가 사나워서 차양에 떨어지지 않고 바닥에 바로 떨어져 납작해졌습니다.

잘 알았소. 그런데 당신은 어찌된 일이오?

두 번째 남자가 대답했다.

저는 9층에 살고 있었는데 발코니에 녹이 슨 것을 보고 페인트칠을 하려고 양쪽 발코니에 널빤지를 걸쳐 놓고 올라가서 부식방지제를 뿌리려고 했지요. 그런데 널빤지가 부러지면서 추락했는데 다행히 8층 발코니 난간을 잡을 수 있었지요. 그런데 제가 다시 올라오려고 하는데 어떤 남자가 오더군요. 저를 도와주려는가보다 생각했는데 웬걸요, 제 손을 막 때리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악착같이 매달리면서 막 소리를 질렀죠. 그랬더니 단념하고 가더군요. 밧줄을 가져와서 저를 구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역시 오산이었죠. 그 자는 미치광이였어요. 망치를 가져와서 제 손을 때리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손이 너무 아파서 손을 놓아 버렸죠.

불행 중 다행으로 저는 1층 꽃집의 차양에 떨어져 충격이 심하지 않았습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드니 냉장고가 엄청난 속도로 저를 향해 날아오고 있더군요.

아, 그랬구먼. 당신은 어찌된 일이요?

세 번째 남자가 말했다.

저는 바로 그 여자의 애인이었습니다. 남편이 오는 소리를 듣고 얼른 냉장고 속에 숨었지요. 그리고 도망칠 때를 엿보고 있는데 갑자기 냉장고가 붕 날아가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자유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모 엑티브 참고  (0) 2014.02.04
당염립본왕회도(唐閻立本王會圖)  (0) 2013.02.07
결혼한 것처럼  (0) 2011.12.20
[스크랩] 배비장전 공연 구경하러 오세요!  (0) 2009.06.22
좀 있다 가세나  (0) 2009.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