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9
달은 둥글게 찼다 기울고
세월은 앞으로만 달려간다
잡을 수 없는 세월 속에서
등은 둥글게 휘고
회복할 수 없는 시력 앞에서
지난날은 희미해져간다
먼저 간 세월 차마 좇지 못하고
점점 멀어져가는 세월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바람 부는 언덕에는 매일매일
잡초가 돋고 나무들은 늙어갔다
달이 이지러질 때마다
세월은 떠내려갔고
희미해진 지난날은 복원되지 않았다
바람에 실려 간 세월은
지난날과 다가올 날을 섞어 놓았고
거스르지 못하는 세월 앞에서
기다림은 부질없어 보였다
둥근달이 돌아올 때마다
늘어나는 주름과 흰머리
기다릴 것도 흘러갈 것도 없는 세월이
온 몸에 차곡차곡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