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하지 않는 것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맞은 밤의 한가운데
생각 없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과 나의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은 언제부터 그렇게 고정되어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녀도 나에게로 고개를 돌렸던 것일까
내 눈동자가 그녀를 떠나는 순간 그녀의 눈동자도 나를 떠나간 것일까
나는 감히 다시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볼 수 없었다
우두커니 허공의 별을 세다가 점점 별이 많아지는 것을 알았다
이미 있었던 것들이 나의 집중에 이끌려 비로소 존재하게 되는 것일까
너의 집중은 아마도 나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고
나의 집중 또한 너의 집중 속으로 들어갈 수 없을 것인데
고개를 돌리는 순간 너의 눈동자와
나의 눈동자가 마주칠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어쩌면 찰나였을지도 모를 그 순간에
너와 나의 집중은 우연히도 같은 장소를 여행하고 있었던 것일까
세월의 한가운데를 헤치고 나가는 사람들은
설명하지 못하는 것으로 치부된 것들을 상관하지 않는다
설명하지 않고 다만 길을 걸어갈 뿐이다
안개 낀 기찻길을 따라 여행을 떠나는 나그네는
맞은편 레일 위에 앉아 쉬고 있는 그림자에게
미소를 던지며 가던 길을 계속 걸어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