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길에서 이야기하다
어쩌면,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시간을 핑계로 하지 못했던 일
두려워서 애써 피해왔던 일
끝나지 않은 시간 위에 머물러 있던 이야기들
서랍 속에 쟁여 놓았던 나만의 비밀 이야기를
하나씩 끄집어내어
찬란한 빛으로 포장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단 한 사람의 어두운 사람에게 길이 되어
긴 겨울밤 혼자만의 시간도 두렵지 않도록
어쩌면, 지나온 시간들을 정리하면서
일기를 써야할 지도 모르겠다
상처 입은 길 위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이
일기의 행을 따라 걸었으면 좋겠다고
비틀거리며 지나왔던 상처뿐인 길에도
위로의 씨를 뿌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