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흔들리지 않는 불빛
움직이지 않는 회색 건물들
그 속에서 우린
벌레처럼 꿈틀거리고 있다
목적은 온데 간데 없고
수단만이 살아가는 길이라
꿈틀거린 만큼 배를 채우고
환락을 찾아 배회한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영역을 표시하고
남의 배가 고픈 것은
생각할 여유가 없다
배가 고플 것을 염두에 두고
남이 가져가지 못하도록
숨겨 두기도 한다
내일 죽을 것도 모르고
고급 신발을 맞추는 사람이나
옆에서 굶어 죽어가는 것도 모르고
제 배를 채우기에 급급한 사람이나
벌레보다 나은 것은 무엇인가
환락을 좇아
도시에 몰려든 사람들
모르는 사람끼리 모르는 곳으로
바쁘게 움직인다
한잔 술로 마감하는 일상에서
도시 한복판은 술취한 벌레들이
집을 찾지 못하고 널부러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