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해인사
우산 속에서 두런두런
이야기 꽃이 핀다
무슨 할 이야기가 저리도 많을까
사리탑은 말이 없는데
비에 젖은 삼층 석탑은
제자리만 지키고 있는데
바람따라 왔다가
바람따라 가는 나그네들
깨달음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할지
물어보러 왔을까
우산을 든 꼬맹이들은 두리번 두리번
꼬맹이들의 얼굴에 새겨진 부처 얼굴이
시간의 흐름에 씻겨 모습을 잃어가고
부처의 얼굴로 태어나 부처를 찾다가
부처 얼굴 잃어버리고
자신도 잃어버리고
모두 잃어 버리고
절에서 부처를 찾는다
비오는 날 해인사 기와지붕에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비오는 날 해인사 법당안에서
목탁소리 흩어진다
비오는 날 해인사 염불소리가
빗소리에 떠내려간다
목탁소리 염불소리
아이들 웃음소리 연인들이 속삭이는 소리
계곡물 따라 속세로 간다
부처가 계곡물에 떠내려 간다
부처가 계곡물에 떠내려 간다
산안개 자욱한 곳에
속세의 시름이 잠기고
사람들이 지나가는 곳마다
강물을 이룬다
그곳을 지나가면 극락이라도 나오려나
눈 부비며 안개 속으로 간다
극락이 어딘가
부처는 어디에 있는가
담배를 피워 문
외국인들도 안개 속으로 간다
안개 속에서 계곡물 흐르는 소리
목탁소리에 놀란 번뇌가 도망가는 소리
물고기 튀어 오르는 소리
산안개는 산마루와 산마루를 돌아
강물이 되어 흐르고
땅거미가 찾아올 무렵 나그네들은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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