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껴 쓰기
흙 돌 나무 그리고 바람의 흔적
고스란히 담는다
움직임도 없는
변하지도 않는 사진 속에
조금도 축나지 않게 온전하게 담는다
사진과 사진의 간격
그 간격 사이엔 아무것도 없어
기억할 수 없는 시간이 된다
돌사진에서 영정사진까지
반복되는 시간 속에 닮은꼴의 얼굴들
사람들은 말도 없는 사진만 보고
아버지와 아들의 삶이 똑같다고 생각한다
늙어감과 태어남이 함께 있는
한 장의 사진 안에 서로에게서 볼 수 있는
지나간 시간과 다가올 시간이 애처롭다
매일매일 쓰레기를 버리고 치우는 것처럼
똑같이 베껴 쓰는 삶이 귀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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