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산 안희제
길이 보이지 않는 아득한 계절에도
묵묵히 길을 걸어간 사람
한 번쯤은
그만 두고 싶은 생각도 들었을 텐데
가지 않으면 안 될
꼭 가야만 할 길을 찾아서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한 줄기 불꽃을 피워낸 사람
독립의 불씨는 꺼졌다는 사람들 속에서도
반드시 길은 있을 것이라고
앞도 보이지 않는
적막한 길 위에서
끝도 없는 길을 걸어간 사람
태극기 손에 들고 덩실 춤을 추는 날
꿈에서도 그리던 아득한 그날
팔월의 향기에 실려와
상처투성이의 몸에 살포시 내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