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히는 것에 대하여
묻어 버려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까지
다시 드러나는 시간이 두려워
먼 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떠나버린 사랑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워도 어쩔 수 없어
할 수 있는 일이란 기다림 뿐이라고
돌아오지 않는 기차를 타는 것은
돌아올 수 없는 사랑을 기다리는 것이다
첫눈이 오는 날 기차를 타고 떠나는 사람은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다
눈길에 발자국을 찍으며 가는 사람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발자국 위에 다시 눈이 내려도
그저 묻혀야하는 일일 뿐
사랑의 기억이라 할 수 없다
사랑은 첫눈이 내리는 날
기차를 타고 떠나는 사람에게
소리 없이 다가온다
사랑은 묻어도 묻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