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3일 개천절!
자료를 찾아보니 작년 9월 28일에 이곳을 찾았다
거의 3년 정도 되었나 싶었는데
그렇게 먼 시간을 거슬러 가지 않는다
그러고보면 세월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모양이다
계획한 구간은
대기마을 – 누룩덤 – 828고지 – 초소전망대 – 모산재- 영암사 – 대기마을(약 10km)
감암산은 다시 돌아와야하는 관계로 가지 않기로 했다
금요일 카톡으로 공지하였으나
갈 의사를 보인 사람은 한 명
둘이서 길을 나섰다
묵방사로 향하는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면 물이 흐르는 계곡으로 들어갈 수 있다
물의 양은 풍부한 편이어서 돌과 돌 사이를 흘러 대기마을로 향하게 된다
대기마을의 농수로로 흘러든 물은 돌돌돌 소리를 내며 함차게 흘러간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은 맑게 흘러간다
깊은 산과 산이 뿜어내는 물이 길을 바로 잡고 이곳에서 이렇게 흘러내리는 것이다
내려가는 길에 바위를 만나면
마치 바위를 뚫고 나갈 기세로 바위에 부딪쳐 산산조각이 나면서
흰 거품을 만들어낸다
이런 물줄기 하나 의령으로 데리고 올 수는 없을까 생각해보지만
그저 머릿속에 그려만 볼 뿐이다
목교
이곳부터 본격적으로 산에 접어드는 시간이다
계곡을 가로질러 산으로 통하게 다리를 놓았다
지리산의 계곡은 계속 다리를 만날 수 있지만
이곳은 유일한 다리다
다리를 지나 땀을 훔칠 정도가 되면
거북바위를 만나게 된다
몇 천년을 저렇게 먼 산을 바라보며 있었을까
지각변동이 끝난 후 나무들과 이렇게 어울리기까지는 얼마나 흘렀을까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나무들은 베어지고
다시 자라고 다시 베어지고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이렇게 겨우 어울려졌는지도 모른다
단풍이 들기는 아직 이른 계절같은데
성급하게 단풍이 들었나보다
이 구간은 기암괴석이 많아서 지루하지 않다
영암사 쪽으로 올라가도 바위가 만만치 않지만
이곳의 바위가 더욱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주변을 보면 눈이 머무는 곳마다 산수화가 펼쳐지고
웅장한 산의 기운에 스르르 빨려들어갈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산과 구름과 하늘과 내가 하나가 되어
풍경이 되는 듯하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카메라로 잡으면 이내 실망하고 만다
웅장했던 풍경은 카메라 속에서 그저 달력의 한 장면에 불과한 사진이 되고 마는데
눈을 들고 다시 풍경을 보면 비행기를 타고 이 숲을 누비는 듯한 기분에 빠지고 만다
이 산의 풍경을 어떻게 중국의 이름난 산에 비교하겠는가
어떻게 관광회사에서 유혹하는 외국의 풍경에 비교하겠는가
신선이 유유자적했던 곳이라는 어떤 장소가 있다면
이곳은 신선이 밥을 지어먹으며 평생을 살다간 곳이라 하겠다
신선이 밥을 먹는다는 소리는 들어보지도 못했지만
신선이 살고 있었던 산에 묵방사로 추정되는 절이 지어져 있으니
(묵방사 이정표는 보았으나 가 보지 못했으니 저 절이 묵방사인지는 알 수가 없다)
어쩌면 그 옛날 신선과 부처는 서로 친하기도 했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보는 것이다
이 바위에는 빨래하는 아낙네가 새겨져 있다
그 위에는 짐승같은 녀석이
빨래하는 아낙네를 내려다보며 훔쳐보고 있다
상상력을 동원해보면
다양한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바위무더기를 보면 통째로 집에 들여와 정원으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옛날 선비들이 집 마당에 석가산을 들여다 놓았다고 하는데
이런 풍경들을 보고 다녔기 때문에 가능했지 않았을까
보지 않은 것은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고
사람들의 욕심은 가져올 수 없는 것은 만들어서라도 가지고 싶었을 것이다
사방을 둘러보면
어디에서도 정원이다
풍경을 넘어 먼 산들이 겹쳐지고
먼산은 하늘과 겹쳐지면서
끝내 하늘이 되고 만다
5월이었으면 온통 철쭉으로 붉게 물들었을 곳에 초록이 내려 앉았다
가을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땀도 식힐겸 바위에 퍼져 앉았다
저 아래로부터 산과 산의 중간을 뚫고 용틀임을하며 치솟아오르는 산의 형세를 보며
같이 치솟아 오르는 기분을 느끼며 깜짝 놀란다
공중에 붕 뜨는 듯한 느낌
누룩덤 뒤로 돌아 올라가면 강아지 형상을 한 바위를 볼 수 있다
앞쪽으로 가면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바위 속에서 우뚝 솟아오른 소나무
누룩덤을 뒤로하고 한참을 걸어가면
누룩덤의 전체 형상이 눈에 들어 온다
아마도 해발 828미터가 아닐까 생각하게 만드는
828고지
영화 고지전을 본 사람이라면 이곳이 무슨 전투가 있었던 곳이 아닐까도 생각하게 한다
감암산과 황매산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다
감암산으로 가지 않고 황매산 비단덤 쪽으로 향한다
억새가 보이기 시작한다
넓은 평원에 펼쳐지는 억새의 모습이 장관이다
나뭇가지가 땅에 박혀 뿌리가 되어버린 나무
참 골 때리는 나무라고 생각해 보았다
가을을 맞은 황매산 벌판은
온통 억새다
산불감시초소에 도착하니 끝없는 평원에 펼쳐진 억새가 장관이다
아름답다
철쭉을 보며 지나왔던 길을
억새를 보면 지나간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고
사진 한 장 부탁한다
드디어 모산재에 도착했다
지나온 길이 아득하게 보인다
이 돌제단은 이렇게 무너지는 것일까
모산재의 상징처럼 보아왔던 제단은
사람들의 발울림에 무너졌을까
바람에 무너졌을까
비에 무너졌을까
자연 앞에서 온전한 것은 없는 것 같다
계절에 순응하여 그저 자연이 되는 수밖에~~
뒤쪽은 아직도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긴 산길 여정을 마무리하는 단계다
가을에는
어느새 가을 다가와
아랫목에 앉았는데
여름옷은 정리도 못하고
가을옷엔 벌써 단풍이 든다
큰 보름달이
서쪽 하늘에 뜨는 아침
하늘은 더럽게도 맑아
마침내 달도 첨벙
하늘에 빠지고
햇살 가득 내려앉은 나뭇잎
바람에 흔들 눈부시다
가을로 빚은 가을을 마시면
얼굴엔 온통 단풍이 들고
온 가슴 가을로 물든다
가을에는 시도 익어
울긋불긋 매달려 있고
걸음걸음마다
가을노래가 된다
가을에는 그냥
가을이 되고 싶다
'2015년 흔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매산 억새(2015-10-31) (0) | 2015.10.31 |
---|---|
부산기행(2015-10-10) (0) | 2015.10.12 |
남해 금산(2015-9-13) (0) | 2015.09.14 |
노고단(2015-9-6) (0) | 2015.09.06 |
모산재(2015-9-5) (0) | 2015.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