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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마음을 비추는 거울

by 1004들꽃 2008. 5. 28.

마음을 비추는 거울

 


글을 쓰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무엇인지. 감동적인 글은 어떻게 써 내는지. 막연한 생각으로 그동안 느꼈던 생활들을 쪼개어 백지를 메워 나간다. 그러다가 뒤돌아 써 내려온 글들을 읽어보면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심지어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
꼭 유명한 책이 아닐지라도 이 책 저 책 뒤적이다 보면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문장을 발견할 수 있다. 간혹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들추어 보다가 밑줄을 그어놓은 문장에 눈을 고정시키고 한참동안 생각에 잠길 때도 있다. 그러면 책을 읽었던 그때의 감정에 잠시 빠지기도 한다. 글쓴이와 내 마음이 동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씩 마음에 쏙 드는 문장을 대하게 되면 내가 발견하기 전에 혹은 내가 쓰기 전에 그 작가가 써먹었다는데 대하여 야릇한 질투심이 일기까지 하는 것은 글 쓰는 사람의 욕심일 것이다.
우리는 생활속에서 책을 통하여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많은 방법들을 전수받곤 한다. 그 공통된 이야기는 정화된 마음으로 거짓 없이 써야 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어쩔 수 없이 어떤 이의 부탁에 따라 마음에도 없는 글을 쓰기도 하고, 속마음을 숨긴 채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를 자신의 마음인양 쓰는 경우도 있다. 아무도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는 스스로에게도 부끄러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문학단체에 속해있다 보면 글쓰기에 쫓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감일을 며칠 앞두고 밤을 꼬박 새우는 경우도 있다. 그럴수록 글의 내용은 형편없어 지기 마련이다. 자기가 쓴 글을 보고 형편없다고 느낀다면 다른 사람이 볼 때는 더욱 형편없지 않겠는가. 마감에 임박하지 말고 미리 준비해 두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물론 미리 써 놓았던 글을 그대로 제출하지 못하고 이곳저곳 수정을 하는 동안 어느새 다른 글이 되어가는 것을 누구든지 느껴 보았으리라. 그래도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나은 일이다.
책을 읽거나 상대방과의 대화를 통하여 언뜻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을 것이다. 그 표현이나 이야기들을 메모지에 기록해 놓았다가 뒷날 글 쓸 때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다.
어쨌든 글의 내용은 잡히지 않는 미래를 쓰기도 곤란하고, 지나온 과거를 쓰기에도 흥미가 없다. 내가 서 있는 현재의 상태를 기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거가 없는 현재가 어디 있겠는가. 과거에 얽매인다면 현재를 보지 못할 것이고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현재를 기점으로 과거의 잘못을 극복하고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를 준비한다. 또한 그렇게 마련된 튼튼한 현재를 바탕으로 밝은 미래의 색깔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법들을 많은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고 있을 것이며 나 또한 그러하다.
사람들은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일어나면서도 행복해야 하고, 직장에 출근하면서도 행복해야 한다. 특히 글쟁이들은 글을 쓰면서 행복해져야하는 의무감을 지녀야 한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인가. 현재를 살아가면서 행복한 사람은 과거에도 행복했을 것이고, 미래에도 행복할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때론 불만도 늘어놓긴 하지만 지나간 과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고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행복하다면 좋은 글을 쓰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아름다운 생각들은 주변의 모든 사물들을 아름답게 보이게 할 것이고 그것들은 모두 글의 소재가 된다. 진실을 이야기하고 겸손하고 이해하고 사랑할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 아름다움을 글로 쓸 수 있을 것이다. 불성실하고 이기적이 생각을 마음에 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글을 읽을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생각과 말과 행동이 같은 사람에게서 아름다운 글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글은 바로 그 사람의 얼굴이다.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의 글은 어울리지 않는 가면을 쓴 꼴이 아니겠는가. 자기 얼굴이 아닌 가면을 쓴 얼굴은 어설픈 화장을 한 모습과 같다.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의 표정은 행복하게 보인다. 스스로를 되돌아보아 자신에게 솔직하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에게서 아름답고 행복한 글이 나온다. 글은 글쓴이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의령문학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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