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공행상
고통을 함께하면서
눈물 젖은 밥을 먹어본 사람은 안다
간을 내어 줄 것만 같이
내가 너이고 너가 나인 것처럼
함께 밥을 먹다가도
상대방의 밥그릇이
더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는 것을
고통을 벗어 놓고
지나온 날들을 생각하다가 문득
자신이 짊어졌던 고통이
더 무거웠다고 생각이 들면
떠날 시간이 된 것이다
버릴 때가 된 것이다
떠나고 싶지 않는 자는
스스로에게 실망한 이야기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어
상대방을 안심시킨다
더러운 밥그릇도 인이 박여서
먹을만 하다고
함께했던 모든 고통은 그저
누군가가 지나갔던 추억일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