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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상처

by 1004들꽃 2016. 5. 11.


상처


길을 걷다 문득
스님의 지팡이를 생각했다
당당함으로 짓밟고 갈 수 있으나
재수 없는 개미가 죽을까봐
지팡이로 툭툭 땅을 치며
도망갈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도망갈 시간을 얻지 못한 나는
상처투성이로 살아가기로 했다
상처가 없으면 너무 가벼워
날아갈 것만 같아서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아서
살을 찢어 상처를 낸다
비교적 오래 갈 수 있는 상처를
가슴 깊숙한 곳에 새긴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도록
가슴의 색깔로 물들여
매일 매일 들여다본다
상처가 출렁거릴 때마다
더 진하게 물드는 상처
핏물 젖은 상처를 보고
모두 피해서 간다
스님의 지팡이처럼
상처를 진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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