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찾는 것
비록 덧없어도 살아가야만 한다면
무엇이 부족하여 그토록 집착하는가
내가 아니고 네가 아니고
이 세상 그 무엇도 아닌 것으로
그렇게 살아갈 수도 있는데
갈 수 없는 곳으로 가려하지 말고
갈 수 있는 곳에 한 번 더 가보는 것이
더욱 값진 생이라 생각되지만
사람들은 자꾸만
가보지 못할, 갈 수 없는 곳을 가고자 한다
가볼 수 있다면 그래서 가 보았다면
그것으로서 얻어지는 건 무엇인가
생을 사용하고 남은 찌꺼기 외에
무엇을 발견할 수 있단 말인가
끝없이 찾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기에
뿌리치지 못하는 것인가
정작 찾고 싶은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준비된 대답은 있는 것일까
불쑥 내밀어 놓은 질문 앞에서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얼굴만 붉힌 채 움직일 수 없는
너무도 허무한 자신을 세상에 드러낼 뿐인가
껍데기만 변한 모습으로 세월 앞에 서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 아는 것처럼
썩은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을 것인가
덧없는 세월 속에서 알게 된 것이 있다면
행복을 찾기 위해 머리카락 숭숭 빠져가며
흘려보낸 세월이 나중에 찾아올
며칠 동안의 웃음의 대가일 뿐이라는 것
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외면한 채
시시껄렁한 집착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왔고
외면하고 싶었지만 외면하지 못했던 세월
모르는 사이에 이미 그 속에 너무도 깊숙이 들어가 버린
그리하여 불편함조차 느끼지 못하는 병든 인간이 되어
마침내 그것이 행복인 것처럼 치부하기에 이르렀다
비가 내리는 건
때 묻은 세상을 씻어보려는 시도이고
나뭇잎이 떨어지는 건 새로운 잎을 피우기 위함인데
지나온 세월을 덮으려 하는 거짓웃음 뒤에는
시퍼런 고뇌가 번득이고 비겁함이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