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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

by 1004들꽃 2016. 4. 29.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

 

이야기는 모두 환광원과 연결된다. 환광원은 아동복지시설이다. 환광원의 원장과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와의 관계는 소설의 뒷부분으로 가면서 윤곽이 드러나고 전체적인 이야기는 모두 연결된다. 모든 것은 환광원의 원장과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와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책 속의 인물들은 나름대로 각자의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다.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쇼타, 고헤이, 아쓰야는 범죄를 저지르고 살아가다가 어느날 한밤중에 도둑질을 하고 몸을 피하기 위해 쇼타가 미리 봐 두었던 어느 폐가로 들어가게 된다. 그 폐가가 바로 나미야 잡화점이다. 그들은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잡화점을 뒤지던 중 뭔가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되고 누군가가 우편함에 편지를 놓고 간 걸 알게 된다.


달토끼라는 여자에게서 온 편지인데, 올림픽 출전을 위한 연습에 매진하느냐 시한부 판정을 받은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간호하느냐에 대한 고민 상담 내용이다. 좀도둑에다 인생에 대해서 진지한 생각이라고는 하지 않았을 것 같은 세 사람은 편지에 대한 답장을 쓰기 시작한다. 답장을 건물 뒤쪽 우유통에 집어넣으면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도 편지는 사라져 버린다.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그 여자가 살고 있는 시대를 알게 되고 세 남자는 그들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공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스코바 올림픽에 일본이 보이콧을 하면서 일본은 올림픽 출전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 사실을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달토끼는 스스로 결심한다. 훈련을 그만둬서 남자친구의 건강이 회복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상황이 그렇지 않다면 꿈을 버리고 싶지는 않다고 하면서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게 해 달라고 남자친구에게 이야기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음악을 좋아하고, 가수가 되고 싶은 생선가게 아들 이야기다. 가수가 되기 위한 시도는 번번이 실패하고 결국 아이들을 위한 위문공연을 하는 아마추어 뮤지션으로 살아간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 하지만 평론가로부터 좋은 평을 듣지 못한다. 나미야 잡화점으로부터 온 그를 질책하는 답장에서 화가 났지만 몇 번의 편지를 더 주고받았다. 마지막으로 우편함에 편지를 반쯤 물려 놓고 본인이 작곡한 <재생>이라는 노래를 하모니카로 연주한 후 편지를 완전히 집어넣는다. 그 음악을 들은 세 도둑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새로운 답장을 하게 된다.


다만 한 가지, 당신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당신이 음악 외길을 걸어간 것은 절대로 쓸모없는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당신이 만들어낸 음악은 틀림없이 오래오래 남습니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곤란하지만, 아무튼 틀림없는 얘기예요. 마지막까지 꼭 그걸 믿어주세요.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믿어야 합니다. 그 말밖에는 할 수가 없네요.


환광원이라는 아동복지시설에서 위문공연을 하게 된 생선가게 아들은 왠지 모르게 눈이 가는 소녀를 보게 된다. 음악에는 관심이 없어 보이던 그 소녀는 자신이 작곡한 <재생>이라는 노래를 하모니카로 연주했을 때 마침내 반응하고 몇 번 듣고는 바로 음을 따라하게 되는 천재적인 음악성을 드러낸다. 그날 밤 환광원에 화재가 발생하고 음악가는 소녀의 동생을 구하고 본인은 화상으로 죽고 만다. 소녀는 나중에 유명한 가수가 되고 그 은혜를 갚기 위해 본인의 공연 때마다 그 노래를 부르게 된다.


세 번째 이야기는 시빅 자동차에서 아침까지다. 나미야 할아버지와 그 아들의 이야기다. 상담을 주고받기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할아버지는 고민 상담을 하는 모든 편지에 정성을 다하여 답장한다. 누구의 이야기든지 열심히 경청하여 그들이 원하는 답은 아닐지라도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인도해 준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장난기 섞인 상담을 하곤 했지만 신중하게 답변해야 할 편지를 받고 부터는 답장 또한 신중하게 작성한다. 그러면서 고민을 상담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자신이 가야할 길을 알고 있으며, 다만 자신의 생각이 옳은지를 확인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다른 방향의 답이 올 때는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을 때까지 다시 편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몸이 쇠약해진 할아버지는 잡화점을 쉬고 있었는데 자신이 준 답으로 그들의 인생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지고 그 답을 받기 위해 마지막으로 나마야 잡화점으로 간다. 아들은 잡화점 밖에서 아침까지 차 안에서 아버지를 기다린다. 나미야 할아버지가 잡화점에서 확인한 답장들은 모두 긍정적인 답장이다.


네 번째 이야기는 비틀스에 푹 빠졌고 집도 부유해서 부러울 게 없었던 학생의 이야기다. 편지에 쓴 별명도 비틀즈 구성원의 이름을 딴 폴레논이다. 갑자기 아버지가 운영하던 사업에 위기가 오고 가족은 야반도주 계획을 세운다. 폴레논은 양심에 가책을 느꼈고, 잡화점에 고민 상담 편지를 보낸다. 잡화점으로부터 돌아 온 답장은 부모님의 선택을 믿으라고 했고 본인도 함께 부모님의 야반도주에 동행한다. 하지만 휴게소에서 아버지와의 충돌로 폴레논은 혼자 멀리 도망가고 만다. 우여곡절 끝에 환광원에 들어가서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지만 그의 선택은 과연 옳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 후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아버지는 아들마저 자살한 것으로 위장하여 어디에서든 아들이 불편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나미야 할아버지에게 보내는 답장에는 아버지를 따라갔고 지금은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쓴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하늘 위에서 기도를이라는 제목이다.

세 도둑은 마지막으로 환광원 출신의 길 잃은 강아지의 고민 상담 편지를 받게 된다. 호스티스로 일하면서 자신을 돌봐 준 이모할머니를 돕고 싶다고 하는 약 20년 전 과거의 인물이다. 세 도둑은 어떻게든 그녀의 고민을 들어주고, 그녀가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여 일본의 변화 과정을 파악하고 그 내용을 답장으로 이야기 해준다. 경제학을 배우고 부동산, 주식, 골프회원권 구입 등등 시기별로 해야 할 일을 예언처럼 이야기하며 꼭 믿어 달라고 한다.


세 도둑이 집을 털기로 한 이유는 여자 사업가가 환광원을 매입하여 러브호텔을 만든다는 소문 때문에 따끔한 맛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 집의 여주인이 바로 그들이 고민 상담을 해 준 길 잃은 강아지다.

그리고 환광원 원장님과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야반도주를 계획했다가 포기했던 과거가 있다. 할아버지는 하늘에서도 이 환광원을 운영하는 옛 연인을 도와주고 싶었던 것이다. 정부보조금을 빼 돌려서 환광원을 문 닫을 위기에 처하게 만든 현재의 원장을 몰아내고 환광원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환광원 출신인 세 도둑을 통해 길 잃은 강아지를 투입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도둑들의 눈이 반짝 빛난다. 그리고 결심한다. 훔쳤던 모든 것을 돌려주고 경찰에 자수하겠다고.


마지막으로 도둑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간이 맞는지 실험하기 위해 백지를 우편함에 넣게 되는데 그에 대한 답장도 곧바로 도착한다. 그 내용을 그대로 읽어보는 것 자체로 교훈이 된다.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주고받는 의도와 행태가 완전히 다른데도 그 모든 주고받음은 어떤 형태로든 스스로에게 길을 만들어 준다. 책 속에서는 모두가 긍정의 길을 걷는 것으로 독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책의 핵심은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잡화점에 와서 아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자신이 가야할 길을 알고 있으며, 다만 자신의 생각이 옳은지를 확인하려 한다는 것. 우리 모두 그러하지 않은가. 대화라는 것 자체가 답을 찾기보다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들어줄 누군가를 간절히 원하는 것이 아닌가를 소설은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들의 이웃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따뜻한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다. 그 보다도 점점 차가워지고 있는 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작가의 바람을 등장인물을 통하여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