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손닿으면 부러질 것 같은 여린 가지가
투명해서 속이 다 보일 것 같은 어린 나무가
세월을 거듭하며 속을 보이지 않았다
다툼이 보기 싫어서
세상과 담을 쌓아 버렸다
지루한 겨울이 지나고 다시
찬란한 봄이 왔을 때
꽃은 나무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다시 투명해지고 싶지 않으냐고
푸른 세상을 만들어보지 않겠냐고
나무는 부끄러워서
나무는 고개를 들 수 없어서
긴 눈물을 흘렸다
감추어진 썩은 마음과
모두를 외면했던 자신을 눈물에 흘려보내고
다시 세상을 바라보니
붉은 새 한 마리 가지에 앉아 머물다
눈물로 목을 축이고
긴 울음소리를 남기고 산 너머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