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로
집에서 직장으로 다니는 길 위에 나는 없다
목적지도 없는 길을 수도 없이 다녔다
내가 내 등을 떠밀어 문 밖으로 내 보내는데
등을 떠밀려 가는 사람은 내가 아니고
등을 떠미는 손도 내 손이 아니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도 그가 아니고
나도 내가 아니고
영문도 모른 채 점을 찍었는데
점들이 모여 그림이 되었다
나는 매일 나사만 조이는데
매일 밥을 먹을 수 있다
그래서 밥벌이가 지겹다고 했나
살아가는 것도 지겨워 그만 어디론가 가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할 지 알 수가 없다
다녀 오겠습니다는
어디에 다녀온다는 말인지
직장에 다녀오는 것이 되었다가
집에 다녀오는 것이 되었다가
나는 어디로
너는 어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