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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꿈꾸는 세월

by 1004들꽃 2008. 5. 28.

  꿈꾸는 세월

 

 

  퇴폐를 향해가는 자와 퇴폐를 말리려는 자와의 싸움.
  직업의 세계에 들어서 불평불만을 무의식 속에 감추며 살아 온 십 수 년. 이제 오히려 그것이 나에게 맞는 옷이 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처음에 맞지 않아 남에게 줘 버리고 싶은 옷이었지만 오랫동안 입고 다니다 보니 몸에 맞아 버려 이제 벗으려 하니 너무도 허전하고 아쉬워 울며 겨자 먹기로 입고 다녀야 하는 옷.
  무의식 속에서는 어느 누구나 타락하고 싶은 마음을 깔고 있겠지만 그것을 표출하는 사람은 이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타락한 사람이고 그것을 표출하지 않는 사람은 착한사람, 모범생 쯤 될 것이다. 사람들에겐 하고픈 것을 할 수 있는 자유의지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하겠다고 작정을 하게 되면 그것을 말리지는 못할 것이라 본다. 그러나 선을 악보다 더 비중 있게 봐 주는 것은 우리의 내면에 있는 타락이나 퇴폐라는 것을 억누르고자 하는 힘이 더욱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 때문에 난 그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줘버리고 나에겐 하나씩 하나씩 비워 왔었다. 아니, 주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빼앗겨 버렸다는 것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나의 원초적인 한숨. 끝없는 넋두리. 애써 반듯해지려는 마음. 남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착한 척 하는 옹졸함. 인간적인 척하며 나를 희생하는 척 하는 비겁. 이보다 더 퇴폐적인 것은 있을까? 겉으로 나타나는 교과서적인 바른생활의 내면에 이토록 간사함이 숨어있으리란 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 이토록 무섭다는 것은.
  아! 아! 결국은 나를 위해 살면서 남을 위해 살아가는 척 하는 비인간은 출세를 하고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고 살아가는 사람은 얼마나 더 깊은 나락으로 추락해야만 하는 것일까? 가끔씩은 생각을 한다. 한번이라도 나의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진심으로 타인을 대하고 싶다고. 그들을 좋아하는 마음을 가슴 깊숙한 곳에 숨기고 애써 태연한 척 하기란 쉽지 않은 세월인데.
  그 옛날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는 가로등. 그 모든 것은 지나온 세월 속에서 얻은 더께가 되어 어깨를 짓누르고 한 꺼풀씩 뜯어내다 보니 어느새 어깨엔 앙상한 뼈만 남았다.
  이제 많은 시간이 흘렀고 시간은 계속해서 흐를 것이라는 것 밖에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술이라도 진탕 마셨으면 좋겠다. 인사불성이 되어 시간까지도 멈출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소주 한 병에 새우깡을 뜯어놓고 골방에 처박혀 단내를 피우며 마셔대던 날. 나의 일기장이 고독을 씹던 날. 그날은 라일락꽃의 슬픈 보랏빛 향기가 활짝 피었었지. 그토록 진하던 향기는 온 몸을 마취시키고 내 안의 또 하나의 나는 한 마리의 새가되어 저 먼 하늘로 훨훨 날아갔었지. 그렇게 높이 날아가는 새는 처음 보았었지. 저러다 터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지만 어느새 조그만 점이 되어 하늘 속으로 사라져 버렸어.
  가끔씩 타락하고 싶을 때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글을 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은 밤에 하는 생각과 낮에 하는 생각이 틀리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나는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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