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행복
글을 쓴다는 것은 마음의 정화작용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요즈음 같이 급박하게 변하고 유행 또한 언제였나 싶게 지난 유행과 다가오는 유행이 섞여 어울리지 않는 어울림으로 조화를 이루어 가는 세상에서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르면서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다. 이렇다보니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해야 올바른 것인지 모를 혼란의 세월 속에서 살아가는 느낌을 받는다. 가끔씩은 앞서가는 자의 뒤에 서서 마음을 정리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컴퓨터를 켜 본다. 삑 소리가 한번 나면서 컴퓨터가 정상이라는 신호를 알려주고 부팅이 되면서 낯익은 화면이 모니터에 자리잡는다.
화면에 깜박이는 커스를 보면서 키보드를 통하여 지나온 일들을 생각하면서 토닥토닥 한 자 두 자, 한 줄 두 줄 써 내려간다. 아무런 형식도 없이 꾸밈도 없이 글을 써 내려간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쓰듯이 그렇게 몇 시간을 지내다 보면 폭발하고 싶었고 주체할 수 없었던 마음까지도 서서히 정화되어 그 동안 마음속에 품었던 증오, 또는 기뻤던 일들도 글을 쓰는 과정에서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는 중용의 방향으로 서서히 정리되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럴 때는 우리만의 한글이 있다는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지나온 날들 중에 갖은 욕설과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담아 민원서류를 접수시키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다. 그들도 상당히 자신에게 불리했으며 자신의 입장에서 남들에 비해 손해를 보는 것 같은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어쩌면 개인적인 이기심의 발동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지만 그들도 그러한 것으로써 자신에게 불이익을 주는 권력에 조금이나마 분풀이를 했을 것 같다.
우리가 글을 쓰면서 가장 쉽게 쓸 수 있고 기분전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수필형식의 글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하루를 보내고 난 후 혹시 남을 시기하지는 않았는지, 내가 잘못해 놓고 남 탓을 많이 하지는 않았는지, 나의 말 한마디에 오해를 풀 수 있었는데도 모른 채 하지 않았는지 등등. 글을 쓰면서 마음을 정화시켜 보기도 한다.
어쨌든 글을 쓴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나"를 위한 것이고 상대방을 위한 것은 그 다음 일이다. 작가들의 글을 읽다보면 대부분 자신 속에 들어있는 응어리를 풀어내거나 그들의 살아온 삶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는데서 그러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유명한 작가의 연보를 보면 책 속에 등장하는 배경과 주인공의 모습이 작가가 지내왔던 성장환경과 닮아 있는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러한 것이 궁극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따뜻한 그 무엇을 주었다면 분명 글쓰는 사람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볼 수 있다.
좀 예외적인 현상으로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품들을 보면 미친 생각으로 보면 잘 쓴 것 같고 정상적인 생각으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생각들이 많이 눈에 띈다. 물론 글을 읽는 자신이 글을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서 이겠지만. 글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같이 느끼고 그로써 느낀 생각들이 생활에 비춰지는 가장 편안한 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글쓰는 사람들이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되겠고 반대로, 글을 쓰면서 그에 맞추어 살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게 된다는 것으로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글쓰는 사람들은 이중인격자니 삼중 인격자니 하는 소리가 그렇다. 물론 글을 쓴다고 해서 완벽한 사람이 된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글을 쓰는 동안만이라도 모든 것을 잊고 무아지경에 빠질 수 있으니 좋다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글을 쓰든 읽든 글을 통하여 느끼는 행복은 그 어디에도 비길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행복을 멀리서 찾으려고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있는 이 곳이 바로 행복을 만드는 장소이며 내 가정이 행복의 보금자리라는 평범한 진리를 애써 무시하려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두 평 남짓한 화단에 꽃을 심는 기쁨. 하다 못해 아파트 베란다에 놓아 둔 화분 하나 소중히 가꾸는 심정. 이 모든 것이 글쓰는 소재가 될 것이고 행복으로 통하는 길이 될 것이다. 행복이란 것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욕심을 버리고 베풀면서 살아가다 보면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행복 속에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가끔씩은 별자리를 보며 꿈을 키워왔던 어린 시절로 잠시 돌아가 차가운 겨울 하늘을 지키고 있는 오리온 별자리에 담긴 사랑이야기를 더듬어 보며 지나온 세월을 회고해 보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본다.
의령문학 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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