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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흔적

고흥 능가사

by 1004들꽃 2013. 7. 21.

고흥의 팔영산은 지난 2011년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팔영산지구로 편입되면서 국립공원이 되었다

그 팔영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능가사.

아주 소박한 절집이다

입구에서 매표소를 만났는데 어디로 가느냐고 묻길래

절에 간다고 하니 그냥 들어가라고 한다

입구 표지석 뒤로 천왕문이 보이는데 최근에 새로 지은 것 같다.

자세히 보니 건물의 시커멓게 세월을 먹은 부속품 몇 개는 재사용했다

전체적으로 새 건물이고

방문객들을 향해 버티고 눈을 부라리며 서 있는 사천왕도

새롭게 단장한 모양이다.

불교에서의 방위는 동서남북이 아니고 동남서북이라고 한다.

즉 동남서북으로 시계방향으로 도는 윤회를 뜻한다고 할까.

그래서 동방, 남방, 서방 북방천왕으로 돌아가면서 보면 된다.

사실은 혼불에 나오는 능가사의 북방천왕은 발밑에 여인과 가릉빈가를 짓밟고 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그 사실을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에서 찾았다. 하지만 새로 단장된 듯한 사천왕은 그렇지는 않았고

다른 절에서도 볼 수 있는 천왕의 모습이었다

 

흰 눈썹과 수염을 달고 비파를 연주하고 있는 천왕이 북방천왕이라고 한다

그들의 모습은 어쩐지 천진난만한 개구쟁이 아이들의 모습도 얼핏 비치고

머리에 쓴 보관을 보면 마치 보살의 모습을 감추고 있는 듯도하다  

용과 여의주를 틀어쥐고 있는 형상이나 창과 보탑을 쥐고 있는 모습. 창보다는 당을 쥐고 있는 모습이 보편적이라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창을 쥐고 있다. 보다 전투적인 천왕의 모습으로 보인다.

발밑에 짓눌린 악귀들은 천왕의 서슬에 꼼작하지 못하고 혓바닥을 날름거린다

드러누워 막 배가 터지기 직전의 악귀.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발을 피해볼까 생각하는 듯 눈치를 보고있는 악귀

하나같이 눈이 툭 튀어 나온 형상들

상투까지 틀어올리고 천왕의 무릎을 어깨에 괴고 있는 형상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듯한 장난꾸러기 형상 등

그들의 모습은 악귀라기보다 불교적 해학은 아닐런지.

어쨌든 사천왕이나 악귀들도 사람의 생각 속에서 나온 것이니

그들을 빚은 사람의 마음을 빼 닮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니까 빚은 사람의 마음이 순수하고 불교에 귀의한 것이라 악귀도 악귀처럼 표현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능가사 명동종이라고 한다.

최근에 지어 아직 완공이 되지 않은 듯 들어가지 못하게 줄을 쳐 놓았다

옛 모습 그대로 두었으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지만

이미 허물어 없어지고 새로 복원했으니 안타까울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이제 이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을 것이고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사람들은 아마도

원래 이랬을 것이라 믿을 것이다.

 

대웅전 뒤에 자리잡고 있는 응진당

이 건물은 어느정도 옛날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부여의 절 형식이 1탑, 1금당 그리고 강당의 순으로 배치한다고 했는데

능가사를 들어섰을 때 어디에서도 탑은 보이지 않았다

능가사를 돌아나와 오른쪽으로 난 길로 1.2킬로미터 쯤 가면 편백숲이 나온다

한솔제지와 협력하여 펄프 원료로 쓰기 위해 이 숲을 조성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뭔가 허술하다

절에서 나와 접근할 수 있는 접근성이라든지. 안내판,

그리고 주변에 있는 포장하지 않고 잡풀로 우거진 주차장 등을 볼 때

뭔가 부족한 듯한 느낌.

하지만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모습은 멋지다.

절의 담장도 기와를 얹지 않았고 그저 돌담으로 쌓았는데

그 위로 담쟁이 같은 덩굴 식물이 번져 나가고 있었다 

편백숲에 들어섰지만 바람은 불지 않고

모기가 달려들었다. 각종 해충을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편백의 기능이

사람들이 몰고 온 해충으로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닌지

잠시 올라가면 사낭당으 모습이 보인다

지금이야 아이를 하나 점지해 달라든지 마음 속에 품은 소원을 빌 사람도 없지만

이제는 마을을 지켜달라고 빌 사람도 없는 것이 타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풍습들은 서서히 없어져 가고 그저 옛 풍습을 재현해 놓은 정도로만 보아야 할 것이다

 

 

저 멀리 팔영산의 모습이 보인다

언젠가 한 번 가 보아야지 하는 아쉬음이 남는다

해발은 약 600정도 된다고 하니 그렇게 긴 거리를 걷지는 않을 것이지만

바다 한가운데 들어선 산은 육지에서 생각하는 해발의 성격으로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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