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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흔적

꽃이 피고 지는 시간들

by 1004들꽃 2013. 7. 6.

 장맛비가 오락가락 하는 계절

꽃들은 서둘러 제 할 일을 마치고 간다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찾을 수 없지만

어떤 슬픈 눈물도 없이

아니면 장맛비에 섞여 미처 보지 못했는지

마지막 한 송이 피워내며 아쉬운 작별을 하는가 보다

 담장 위에도 하염없이 슬픈 표정으로 먼 산을 바라보며 꽃이 피고

 꽃들은 작아도 꽃이다

색깔도 잎새와 맞춰 어울리게 피고

꽃 떨어지며 일궈내는 열매는 꽃의 색깔을 닮았다

쟁반처럼 받쳐준 잎 위에 조롱조롱 매달린 열매

부푼 마음으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곧 수확이라는 선물을 가져다 줄 것이다

아무것도 해 준것이 없는데도 해마다 그늘과 열매를 나눠준다

꽃 지는 저녁까지 벌들만 분주할 뿐

누구도 열매를 재촉하지 않는다  

한쪽에서는 다시 꽃을 준비하고

 햇살과 적당한 비를 친구삼아

그들만의 계절 속으로 스며온다

 꽃을 밀어내는 작업은

차라리 소리없는 통곡의 눈물 잔치처럼 보인다

겨우겨우 꽃잎을 밀어내는 것 같지만

이렇게 활짝 피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잠시

놀라운 힘으로 꽃을 피워낸다

시들지 않은 꽃들은 새 꽃이 피어나기 무섭게 낙화한다

붉은 영혼으로 떨어져

땅 조차도 신화의 땅으로 만든다  

마당 한 귀퉁이에서도

한 판 꽃잔치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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