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67
- 가을여정
가을바람 속에는 그리움이 있다
노랗게 익은 은행잎이 그렇고
붉은 단풍잎이 그렇고
가을바람이 불면
괜히 쓸쓸해지고 싶다
모두가 쓸쓸함을 노래하기 때문이다
가을에는 말하지 않아야 한다
말소리에 놀라
나뭇잎이 떨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가을에는
가을산에 올라야 한다
철 지난 메아리가 가슴을 울리기 때문이다
가을이 되면
모두가 가을을 노래하지만
제각각 다른 가을이 된다
가을은 가을만의 색깔이 있다
그래서 가을은
가을이라고 부른다
가을은 고독하다
시작도 아닌
끝의 시작에 서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