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20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고
길을 걷는다는 것은
가고 싶지 않는 길을
가야만 하는 것은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야 하는 것은
내 여행의 종착지는
다가서는 만큼 멀어져 가고
그곳이 어딘지 모르지만
모르기 때문에 가고 싶은 것이겠지
지친 몸은 시끌벅적한
일상 속에서 뒹굴고 있는데
여행은 끝날 줄 모르고
다시 그날로 돌아간다면 못할 게 없을 것 같지만 인생은 결코 연습을 허락하지 않는다. 진정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리고 돌아간 그 시절의 시대적 상황이 그 때 그 시절과 똑 같다고 가정한다면 분명 똑 같은 일을 반복하며 지금 이 곳에 다시 서 있을 것이다. 철지난 꽃향기처럼 세월 속에서 생각이 시들어 가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지난날의 기억은 그 자체로서 나 자신이기 때문에 너무도 소중한 것이다.